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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리비 폭등·관리권 분쟁 확산…집합건물 관리제도의 민낯

-구리·시흥·오산서 잇단 갈등, 회계 불투명·관리인 권한 남용 논란
-전문가들 “집합건물법 구조적 한계…제도 개선 없인 전국화 우려”

경기 구리시, 시흥시, 오산시에서 집합건물 관리비 급증과 관리인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개별 분쟁을 넘어 제도적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산되고 있다.

 

관리비 인상 폭증, 회계 자료 비공개, 관리인 권한 남용 의혹 등이 이어지며 입주민과 관리 주체 간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 구리 갈매 “관리비 30%↑..통장·계약서 공개 거부”

 

구리시 갈매동의 약 1천 세대 규모 대형 집합건물에서는 전임 관리인 체제에서 관리비가 인근 유사 규모 건물보다 평균 30% 이상 높게 책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일 평형 기준으로는 관리비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것이 입주민 측 설명이다.

 

구분소유자 대표 A씨는 “관리인은 관리비를 공과금과 용역비로 집행하는 권한만 가졌음에도 통장 거래 내역과 외부 용역 계약서 열람 요구가 반복적으로 거부됐다”며 “총회 동의 없이 관리비 미납 업체에 30% 감액을 승인하고, 미납 관리비 징수 시 관리업체에 12%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 결정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입주민들은 전임 관리인을 횡령·배임 및 서류 위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관리인 선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 허가 하에 총회를 열어 공동 관리인을 선임했지만, 전임 관리인이 이를 불법 집회라며 업무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관리비 통장과 사업자등록 권한이 여전히 전임 관리인에게 묶여 있다.

 

A씨는 “매달 약 2억5천만원의 관리비가 걷히는데 통제권이 이전되지 않아 공과금 체납과 계약 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수억 원대 채무를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시흥 배곧 “관리비 최대 40% 인상..조직적 횡포” 주장

 

시흥시의 한 상가·오피스텔·숙박시설 복합 집합건물에서도 관리비가 수년 새 최대 30~40% 가까이 인상되며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와 신임 관리단 측은 특정 관리업체 개입 이후 관리비가 급등했고, 회계 운영의 투명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입주민 대표 B씨는 “관리비 부담으로 상가 공실이 늘고 임차인 모집이 어려워졌다”며 “관리비 산정 근거와 회계 자료 공개 요구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됐다”고 말했다.

 

은행 입출금 내역 등 실질적인 회계 자료 열람도 제한됐다는 주장이다.

 

관리단 선임 과정에서도 투표 결과 집계의 불투명성 논란이 제기됐다.

 

전체 구분소유주 60~70%의 동의를 확보했다는 입주민 주장과 달리, 실제 투표 수가 인원보다 많게 집계됐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이 신청됐다.

 

이로 인해 현재 건물은 사실상 ‘관리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관리비 문제 논의 중 폭행 사건이 발생해 형사 처벌로 이어졌고, 전 관리인이 하자보수 관련 법적 분쟁을 일괄 종결 처리해 향후 수억 원대 하자보수 청구가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오산 비대위 구성 “관리권 외부 세력에 넘어갈 수 있어”

 

오산시의 한 집합건물 소유자들 역시 유사한 상황을 호소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소유자 D씨는 “특정 법률가와 관리회사, 이른바 ‘관리위원’ 집단이 결탁해 관리인을 내정하고 관리비와 회계를 장악하고 있다”며 “집합건물법의 ‘4분의 3 동의’ 요건과 전자투표를 악용해 주민 의사가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D씨는 “관리인이 선임된 뒤 불과 수개월 만에 관리비가 두 배로 오르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인원을 상주 직원으로 기재해 인건비를 부풀리는 사례도 들었다”며 “현재 우리 건물도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형식상 새 관리인이 선임됐지만, 실제로는 전 관리인이 계좌와 사업자 정보를 계속 쥐고 있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에 대해 구리, 시흥의 관리업체 관계자는 “구리·시흥 집합건물의 모든 회계 자료는 관리사무소에 비치돼 있으며 입주민은 언제든 열람과 복사가 가능하다”며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일부 내역만 가린 뒤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관리비 인상은 공공요금 상승과 설비 수리, 보안 강화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반박했다.

 

■ 집합건물법 구조적 한계..제도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쟁의 근본 원인으로 현행 집합건물법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등 대형 집합건물은 관리비 규모가 아파트에 버금가지만, 법 체계는 여전히 소규모 상가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관리인은 봉사직 성격으로 규정돼 있지만, 관리비 집행과 계약 체결 권한은 광범위하게 부여된 반면 회계 공개와 감독, 제재 규정은 미흡하다.

 

특히 관리인 선임을 둘러싼 가처분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 판단 전까지 관리비 통장과 사업자등록 권한이 기존 관리인에게 묶여 행정 공백이 발생한다.

 

구리시와 시흥시 관계자는 “민원 접수 시 사실관계 확인과 법령 검토는 가능하지만, 관리인 선임과 관리비 집행의 위법 여부 판단은 사법 절차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집합건물 관리는 사적 자치 영역으로 행정 감독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도 “현재로선 관리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제한적 감독만 가능하다”며 “회계 자료 미공개 등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내부 분쟁에 대한 강제 시정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관리비 통장 공동관리 의무화, 회계·계약 자료 열람권 명문화, 관리인 형사 책임 기준 강화, 분쟁 시 한시적 공공관리 체계 도입 등의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한 분쟁이 전국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